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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 ...
[로피시엘 옴므] 왜 점점 운전면허를 따지 않을까?
     2014.01.07 23: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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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 의레 운전면허부터 따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운전면

허를 따는 것이 부담이 되는 시대라니, 스틸레토 힐이 사라지는 때도 올까.




쉐보레 유스(Youth) 콘셉트카 코드(Code) 130R와 트루(Tru) 140S.
많은 자동차 메이커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으로 스포츠 쿠페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성 패션지 기자 중에 정말로 차에 관심 있는 기자는 드물어. 스포츠 분야보다 더하다니까. 일에 관계되니까 좋아하는 척하는 경우는 있지. 남자 기자도 마찬가지고.” 언젠가 선배 자동차 전문 기자가 개탄하며 한 말이었다. 가장 트렌디하다고 자부하는 집단 중 하나가 잡지 기자들인데, 운전에 관심이 없다니. 더구나 무릇 사내라면 운전면허는 다 따는 줄 알았는데, 면허 없는 남자 기자도 꽤 있다는 말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기자 전원이 면허를 가지고 있고 이 중 여성의 반은 1종 보통인데 말이다.

2011년 여름부터 시행된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를 보며 내심 국내 자동차 업체의 로비설을 떠올린 사람들이 꽤 있다. MB 정권 때니까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북악스카이웨이 20중 추돌 사고의 확률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지 않나. 현재 우리나라는 의무 교육 13시간만 이수하면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중국이 석 달이나 걸리는 데 비하면 참으로 짧다. 불경기에 새 차 판매량이 줄기도 했거니와 어쨌든 차를 팔려면 면허 취득률 자체를 높이는 게 유리했다. 그런데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 시행 초기, 기능 시험이 너무 쉬워서인지 전문 면허 시험장의 주행 시험 합격률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자료는 없지만, 이렇듯 생각보다 높은 ‘비면허’율은 사실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팩트’다.

그 원인은 몇 년 전부터 생겨났다. ‘착한 분석’에 따르면 주요 원인은 대중교통의 발달이다. 도심은 날로 복잡해지고, 대중교통의 발달로 접근성이 높아졌으며,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카 셰어링 같은 의식 전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실제적인 직접적 원인은 따로 있다. 한 광고 회사의 소비자 분석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한다. “일본에는 초식남에 이어 이성과 교제조차 하지 않는 ‘절식남’이 나오고 있어요. 같은 만화만 봐도 한때 일본 청년들이 얼마나 자동차에 열정적이었는지 눈치챌 수 있는데 말이에요.” 단순히 면허를 따지 않는 것이 요즘 세대의 일반적 선택이라고 보긴 힘들다. 차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 욕구가 줄기도 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내 돈 주고 차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진 거죠.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과 호주,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지금 실업률이 높아요. 전에는 없어도 차를 질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카 푸어’라고 부르고, 딱히 부러워하지 않아요. 자동차 구입 비용을 여행이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다른 부분에 쓰는 건 아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거예요.”

전 세계의 기술과 제품 표준을 검증하는 회사 UL의 박상원은 그에 대비한 자동차 회사의 움직임이 시작된 지 오래라고 한다. “대응책은 간단해요. 자동차를 탈것으로서만 아니라 가지고 노는 게임기나 스마트폰처럼 만들어야 하는 거죠. 포드가 인포테인먼트 부분에서 MS프로그램 ‘싱크’를 공동 개발하고 2년간 독점 장착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자동차의 가장 큰 적이자 동지는 날로 발전하는 스마트폰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 기반의 서비스일 수도 있다. 운전대를 잡으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짬이 나지 않으니까. 아무튼 결론은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구매력이 약화됐고, 이들은 가격이 높고 관리 유지비도 부담스러운 자동차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우선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선 거대 자동차 회사의 노력은 크고 직접적인 제작 환경의 변화와 작은 캠페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판매 1위인 토요타는 젊은 세대의 관심이 없어진 것보다는 구매자의 마음을 끌 만한 차를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 이에 따라 ‘운전 재미’의 아이콘이었던 토요타 86을 다듬어 출시하고, 한 번도 렉서스를 만든 적이 없는 팀원들로 조직을 물갈이한 뒤 렉서스 스핀들 그린 디자인을 내놓기도 했다. 동시에 1980년대 토요타 슬로건인 ‘Fun To Drive’를 되살려 ‘Fun To Drive, Again’을 내세우며 임원들이 대학을 찾아가 자동차가 얼마나 즐거운 물건인지, 앞으로 얼마나 발전성 있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현대가 클럽 파티나 패션 페스티벌을 후원하며 홍보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곳은 16세가 되면 면허를 딸 수 있는 미국이다. 포드는 10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벌써 10년째 글로벌 캠페인 ‘Driving Skill For Life’를 펼치면서 10대 사고율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요인, 즉 과속, 운전 공간 관리, 위험 요소 인지, 핸들링, 주의산만에 대한 안전 교육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 지역(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다.

쉐보레는 세계 140여 개국에서 ‘Find New Road’ 슬로건을 진행하고 있다. MTV와 함께한 ‘Millennials Survey’를 통해 젊은 세대(미국 나이 11~30세)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회사 방침에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두 가지 쉐보레 유스(Youth) 콘셉트카 ‘코드(Code) 130R’, ‘트루(Tru) 140S’가 그 결과다.

패션을 논하는 잡지에서 왜 운전면허의 감소를 논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이는 미래의 소비 주체가 될 사람들이 면허를 따지 않는다는 현상을 단순히 자동차 업계의 우려 정도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아웃도어 패션 시장을 떠올려보라. 아웃도어 패션의 광풍이 잦아들어도 어찌 됐건 생존하는 브랜드는 있겠지. 허나 그 브랜드의 장비를 잔뜩 산다 해도, 자동차가 줄어들어 그 장비들을 야외로 가지고 나갈 확률이 떨어진다면 운전면허 감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라는 물건은 항상 메가트렌드의 결과물이었다. 1930년대 미국 활황기를 모티브로 삼아 가방이나 치마 자락에 캐딜락 디자인을 턱턱 얹은 2012년 프라다 컬렉션이 발표됐을 때, 그 몇 년 전에는 레트로풍 디자인의 소형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새하얀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는 잘 팔리는 자동차 색상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색은 하얀색이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었다. 우리가 지금 자동차 카탈로그뿐 아니라 자잘한 메이크업 제품부터 액세서리, 인테리어 내장재에서 난반사로 더욱 투명하게 빛나는 캔디 화이트나 스노 펄 같은 색깔을 고를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근 10년 전 듀폰사(스타킹의 나일론을 발명한 그곳!)와 같은 거대 화학회사에서 이런저런 트렌드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진줏빛 피그먼트를 판매한 덕이다. 그들의 주 거래처는 자동차 도료 회사다. 그러니 요즘 사람들이 운전면허에 관심이 없는 건, 차에 더 이상 열정을 쏟지 않는 건 패션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세대마다 특별한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특성은 딱히 다르지 않으니까.


글 < 로피시엘 옴므 > 김미한 기자



Deli술때문 (2014.01.0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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