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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정한 사과는 소파 개정이다
여중생을 죽게 한 미군의 무죄평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
파) 재개정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27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허바드 주한
미 대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을 비롯해, 한·미 양국 정부가 사태 진화를 서두
르고 있다. 미8군 사령부는 무죄평결을 받고 한국을 떠나는 관제병과 운전병 이름
의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언론인들을 초청해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기
도 했다. 심상명 법무장관도 이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 노력은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는 커녕 오히려 부채질하
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도 국민적 분노의 핵심을 제대로 보
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 쪽은 지엽적 설명을 반복하며 미국 사법체제의 정
당성을 옹호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공정성을 위해 군사법정에 전례 없이 한국 언론
을 초청했으며, 1억9500만원씩의 배상금(그 중의 25%는 한국정부가 부담한다)과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간인을 죽게 한 미군을 미군 검찰이
조사하고 미군 영내에서 미군들로 구성된 배심원이 재판하는 ‘불합리’에 대해선 입
을 다문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불가사의’는 설명이 안된다. 한국민은
그런 불합리를 해결할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국민 감정을 대변하기는 커녕 미국을 감싸는 행태를 보여 국민
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 특별히 불평등하다고 보지 않는
다’는 법무장관의 말에는 분노에 앞서 비애가 느껴진다. 국민들은 미국에 대한 객관
적·비판적 시각을 갖추고 상호 평등한 한미관계를 원하고 있다. 정부는 대미 추종에
서 벗어나 평등한 소파 개정에 나서야 한다. 미국도 말만의 사과가 아닌 진지한 자
세로 소파 개정협상에 응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반미를 진정시키고 한미관계를
굳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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