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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 ...
[조선일보] 홍대앞 괴짜들의 예술창고
     2002.02.28 18: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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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의 ‘예술창고’…‘인디정신’활 시위를 당겨라

유행보다 개성…문화 게릴라들의 아지트



‘홍대앞’이란 이름은 일종의 ‘이미지’다. 어딘가 예술적이겠지, 어쩐지 괴짜 같겠지, 멋

이 있겠지, 전위적이겠지…. 구체적인 기대도 있다. 진품 록 클럽과 바가 있다. 음악 밴

드들이 있다, 미술학원이 많다, DIY 가구를 살 수 있다, 거리 미술이 눈에 띈다, 한국 사

람이든 외국 사람이든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보수적인 한국에서 ‘이상하게 하고 다녀도 괜찮다’는 동네는 귀하다. 홍대앞은 그런 종

류로는 유일무이 아닐까? 맘껏 괴짜여도 좋은 동네다.



◆‘인디’와 ‘언더’문화괴짜


홍대앞은 그렇다. 미술, 디자인, 대중음악, 춤, 공연, 만화, 영상, 영화, 문화기획 ‘괴짜’

들이 모인다. 독립성을 잃지 않겠다는 ‘인디’ 정신이 투철하고 아웃사이더로 남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을 지키는 ‘언더’정신으로 무장된, 누가 뭐라든 ‘진짜 자기가 좋아서 하는

매니아’들이다. 강남이 ‘스타와 팬’의 구도로 움직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동네에서

는 누구나 무언가 ‘하는’ 사람들이다. ‘쟁이’ 마음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없고

나이 차별도 별로 없다. 이 영원한 보헤미안들은 사회 저항적이지는 않더라도 이 시대

에 훨씬 더 파급 효과가 높은 문화 게릴라들이다.


홍대앞에서 다른 동네로 활동 공간을 옮겼다가 결국 이 동네로 컴백하는 ‘홍대앞 중독

자’도 많다. 강남도 가봤고 전원에도 나가 봤지만 못 잊어서 돌아오는 세대다. 돈 딸려

돌아오고, 모여있는 맛에 돌아오고, 뭔가 새로 꾸며 보겠다고 돌아온다.



◆‘기’(氣)와 ‘여지’(餘地)가 있는 동네


홍대앞을 키운 홍익대는 미술 분야를 개척하면서 마치 ‘독립 프로덕션’처럼 ‘독립 대학’

이미지가 강했고, 이 동네에 자유로운 기(氣)를 불어넣었다. 이화여대, 연세대 5만여 인

구 덕분에 상업적 개발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촌역에서 비껴있던 것도 홍대앞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끼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끼어 들어갈 만한 ‘여지’가 느껴지

는 동네가 된 것이다.


거품 냄새가 없는 것은 이 동네의 미덕이다. 튀지만 돈으로 싸바른 티를 내지는 않는

다. 유행보다는 개성이다. 홍대입구역 부근 외에는 건물들도 대체로 소박하다. 지하든

주차장이든 옥상이든 있는 공간 없는 공간을 구석구석 찾아내어 작업장으로 써먹는다.

덕분에 임대료가 싼 편이니 인디와 언더에게는 축복의 ‘여지’(餘地)가 아닐 수 없다.

대개 중저층 건물들이라 인디들이 아지트를 틀기 좋다. 숨바꼭질하듯 숨어서 컴퓨터 마

우스를 굴리거나, 두들기고 소리 내지르고 자르고 붙이며 무엇을 만들어낸다. ‘예술창

고’ 분위기다. 한켠에는 담요 덮고 자는 구석이 꼭 있게 마련이다. 밤이 되면 물론 어느

클럽에서 흥건히 젖으리라.
  


◆‘예술의 활’형국의 동대앞 동네


홍대앞 동네는 ‘활’ 형국이다. 와우산로가 활시위처럼 휘어있고, 홍익대와 서교로가 화

살처럼 꽂혀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옛 철길 도로가 또 다른 활시위 모양을 이룬다. 다

소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예술의 활’ 형국 아닐까?


홍대앞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여 세상에 전파한다면 홍익대는 그 에너지의 진

원지다. 딱히 캠퍼스 타운은 아니더라도 뿔뿔이 흩어지기 쉬운 인디들의 힘이 되어주고

동네를 지키고 키워가는 대학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중인 세 가지 큰 변화. 첫째, 19층으로 지어질 서교 아파트 재건축. 둘째, 옛

철길로를 거리공원으로 만드는 구청 사업, 셋째, 정문을 가로질러 10여 층 높이로 계획

중인 홍익대 ‘정문관’. 동네 분위기를 바꿀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홍익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 인디 예술 동네로 번성하기


홍대앞은 런던의 소호 지구나 뉴욕의 브룩클린처럼 인디 예술의 보따리를 안고있는 동

네다. 청소년이 동경하는 동네, 어른도 마음 속에 그리는 ‘괴짜의 미학’을 맛보러 오는

동네, 숨막히는 보수의 틀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창조성을 맛보는 동네, 그

런 동네는 꼭 필요하다.


인디나 언더는 섣부른 개발이나 육성으로 만들어지지도 않거니와 분위기가 깨지거나

임대료가 오르면 떠나버리기도 한다. 뜨는 문화산업과 함께 홍대앞 인디문화는 비로소

떴지만 자칫하면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인디와 언더는 새로운 싹을 틔울 문

화토양의 ‘촉촉한 물기’이다. 살아남게 하라. 홍대앞 동네의 끼와 여지를 누릴 수 있게

하라.



( 건축가·서울포럼 대표 jinaikim@seoulforum.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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