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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스케치...
추억팔이 #1
     2017.04.14 04: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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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도 길거리 헌팅을 당한적이 한번 있다. (헌팅이라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할진 잘모르겠다-)

지질이도 합격하지 못했던 그놈의 대학을 위해 무려 삼수를 하고 있을때였다. 재수때 까진 동네 미술학원을 다녔지만, 이제 한번더 꿇으면 군대다 군대- 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홍대앞의 미술학원으로 옮긴후, 다마수 증가를 위한 홍대앞당구장에서 열당(응?)

홍대앞 미술학원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치면 대치동 학원거리의 미대버젼으로 이해하면 된다- (누구 이해하라고 한말인진 모르겠으나-)

어쨌건, 삼수땐 홍대앞 미술학원에 다녔고, 지하철을 타고 그곳으로 가고 있을때였다.

2호선의 당산철교는 공사를 하고 있었던 때라, 충정로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아현 이대 신촌을 지나 홍대입구로 가야했다.

저기요-

충정로에서 슬렁슬렁 지하철을 내렸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였다.

저 이번에 내려요- 의 레쓰비 광고가 방영되고 있을때였던것 같다.

응, 나도 내렸어.

되도않는 맘속드립을 치며 뒤돌아봤던 기억이 난다.

네?

그녀는 그다지 예쁘진 않았지만, 그것보단 당시의 그 상황에, 그녀가 무슨 이유로 나를 불렀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요즘에 같은일을 겪었다면, 90%정도는, 관상이 좋으시네요, 얼굴에 액운이 있으시네요 따위의 말을 예상하며 몸의 무게중심을 가던방향으로 둔 채 잠시 멈춰섰겠지만, 그땐 길을 물으려는건가- 정도의 예상을 하며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가방에서 메모지와 펜을 주섬주섬 꺼내 무언가를 적고 나에게 건네는동안 충정로에서 내린 몇 안되는 승객들은 이미 승강장을 떠나 환승통로로 들어간터라 적막했고, 그녀가 아무말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십분이든 이십분이든 기다려주겠다는 기세로 그자리에서 기다렸다가 쪽지를 건네 받았다.

호출기번호였다. 맞다. 그땐  다들 호출기를 썼었다. 참 오래도 된 일이다.

저기 제가 학생인데요, 제 과제 작품의 모델을 구하고 있거든요.

네?

이걸 헌팅이라고 해야 하나- 캐스팅인가- YG에 도전해봐야 되나-

아직까지 그녀가 진짜 모델을 구할 목적으로 나한테 말을 걸었는지는 모른다. 기꺼이 도와드리겠다며 연락을 했지만, 그 이후로의 만남은 몇몇번의 사사로운 술자리가 다였으니까.

그녀의 학교와 전공이, 내가 다니던 미술학원의 많은 여학생들이 진학하길 희망했던 모여대의 실내디자인전공 이었던걸 기억하고, 나 역시 미대에 진학하길 희망한다며 술먹고 주정했던일, 결국 삼수끝에 미대에 진학했다며 그녀에게 알렸던일, 군대에서 간간이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 그리고 전역후 그녀의 졸업작품전에 갔던일, 그리곤 연락이 끊긴기억만 남았다.

정작 그녀가 나를 불러세웠던 이유인 그녀의 과제 작품에 대해, 우리는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물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그녀의 핑계였길 바라서- 였던것 같다. 이를테면 그것이 캐스팅이 아니라 캐스팅을 가장한 헌팅이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거겠지. 내 바람이 맞다면, 내가 과제에 대해 물어봤을때, 그녀가 있지도 않은 과제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적잖은 수고를 덜어주는 쥰내 젠틀하고 배려있는 행동이라고 짐짓 생각했다.

그녀 역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왜인진 모른다. 물론 내 바람대로 그것이 핑계였기 때문이었을수도 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 여행을 하다보니 별 쓰잘떼기 없는 생각까지 하고 G랄이다) 그땐 모델이 필요해서 나한테 말을 걸었다가 그 이후론 필요없어졌던것 같다 쪽으로 기운다.

그래서 뭔가 뜨거운 기억없이 그냥 그렇게 밋밋하게 추억도 아닌 기억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의 가능성으론, 지하철에선 뭔가 침침한 조명빨에 괜찮아 보였으나 다시 보니 아니었다 가설.

첫만남은 뭔가 아련한 첫사랑 같은 기억인데, 그이훈 그냥 밋밋했던, 길가다가 마주쳐도 못알아볼것 같은 붕어없는 팥빵, 아, 반대. 같은 기억.

추억팔이. 아니 기억팔이.


뭐 어쩌라고-

이글을 보게된,될 사람들의 예상되는 반응.


넌 그대로, 그자리에 있어-

병맛답변.



John Doe헐~ (2017.05.20 00:14)   
johnansazzayetkRm (2022.04.11 09:04)   
johnansazYCIpTYcA (2022.04.1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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