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inivil.net
71766

scrap
review
wanted
profile_love
script
moving pictures
people
place

세상의 모든 아침 ...
[한겨레] 제돌이가 좀 거칠어졌다고?
     2013.12.30 23:41:35      
 686      


지난 8월27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부근 바다에서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가 헬기와 선박을 이용해 야생돌고래 무리와 유영하는 제돌이(오른쪽 둘째)를 보았다.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는 동결낙인 방법으로 숫자 ‘1’이 새겨져 있다.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 제공


[토요판] 생명/ 돌고래 방사 그 후

▶ 2013년 동물 세계에서 기억할 만한 뉴스들은 무엇일까요. 제돌이와 그 친구들이 고향인 제주 바다에서 잘 지낸다는 소식이 가장 먼저 들려오네요. 불법으로 포획해 쇼를 하던 돌고래들은 이제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돌고래에게 자유를 선물한 우리 모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해 동안 한층 자랐습니다. 2014년에도 동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돌이와 친구들, 그물에 걸리지 말고 잘 지내~.”

“무리 중간쯤에 있었어요. 점프도 하고 자율적으로 헤엄치는 모습이었죠. 호흡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제돌이를 보았다. 24일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 연구팀 장진수(24) 연구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제주시 차귀도 부근 50여마리의 돌고래떼 속에서 제돌이를 목격했다. 김병엽 교수 연구팀은 ‘사육돌고래(제돌이) 야생 방류 적응 및 기존 개체와의 사회성 회복에 대한 학술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31일 서울대공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돌이가 바다로 떠난 지난 7월18일 이후 연구팀이 야생돌고래 무리를 발견한 것은 총 35회, 그중 제돌이는 16번 만났다.
함께 연구하는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에코과학부 장수진(32) 연구원은 지난달 16일 오후 2시 제주시 애월항 근처에서 제돌이·춘삼이·삼팔이 세 마리 돌고래를 모두 보았다. 춘삼이와 삼팔이는 제돌이와 함께 방류된 남방큰돌고래다. 돌고래들은 전갱이와 고등어떼를 따라온 30~40마리의 돌고래들과 함께 있었다. 오후 4시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서 제주시청 쪽으로 헤엄치던 돌고래들이 다시 애월항 근처로 돌아왔다. 장수진 연구원이 그날을 돌아봤다.
“애월항에 한참을 머물길래 배를 잡아 타고 나갔어요. 여러 마리가 한곳에서 뭉쳐서 물고기 사냥을 하고 돌아다녔어요. 해 질 무렵 먼바다로 나가면서 돌고래들은 넓게 흩어졌어요.”
돌고래들은 잘 지낸다. 둥근 제주섬을 뱅뱅 돌며 자유로이 산다. 9월15일 장진수 연구원이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뒤쪽 강치기 해변에서 제돌이가 몸을 수직으로 세워 얼굴을 내미는 ‘스테이셔닝’ 동작을 하는 것을 한 차례 보았다. 이밖에 이상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13일 제주시 차귀도 부근

돌고래떼 속 제돌이가 보였다
함께 방사된 춘삼이·삼팔이도
둥근 제주섬을 뱅뱅 돌며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바다 환경에 적응하고 있고
다른 돌고래들과도 소통
아, 이 녀석들 살 만해졌구나…”
제돌이와 친구들 덕분에
다른 동물들도 살 만해졌다


야생적응 훈련을 하던 지난봄만 해도 사람들은 ‘돌고래들의 귀향’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똑똑하고 활동적이라 걱정 없던’ 삼팔이와 달리 ‘통나무처럼 물 위에 떠 있기만 하던’ 제돌이가 특히 걱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돌이가 야생 무리에 합류할 수 있을까 우려했다. 돌고래들은 인간의 우려를 사뿐히 넘어섰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24일 장수진씨가 세 마리의 현재를 소개했다.
“가두리장에서 봤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달라졌어요. 좀더 거칠어졌다고 해야 하나요. 등지느러미나 몸 표면에 새로 생긴 상처들이 보여요. 수조에 살 때 생긴 것처럼 영구적인 상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상처인 점이 다르죠. 바다 환경에 적응하고 있고 다른 돌고래들과도 소통하는 걸로 보여요. 아, 이 녀석들 살 만해졌구나 생각하죠.”
돌고래들은 돌고래쇼장에서 함께 살았다. 바다에서도 서로를 알아볼까. 장수진씨는 추측했다.
“세 마리를 한번에 볼 때는 보통 50마리 정도가 함께 있을 때거든요. 세 마리가 함께 있다기보다는 각자 무리 안에서 더 가까이 지내는 애들과 몰려 있어요. 그러니까 셋이 아주 친한 것 같지는 않아요.”
돌고래들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돌고래들과 함께 지낸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조용한 성격의 제돌이는 춘삼이보다 활달한 성격의 삼팔이를 더 좋아했다. 6월22일 삼팔이가 먼저 ‘제 발로’ 가두리장을 빠져나가고 두 마리가 남았을 때도 제돌이와 춘삼이는 아주 친하지 않았다. 인간이 설치한 마지막 그물, 7월18일 가두리장을 나가던 모습도 그러했다. 제돌이와 춘삼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세 마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더 마음에 드는 친구들을 만난 것일까.
위치추적기는 제 기능을 못했고, 야생돌고래가 내는 음파를 녹음하기란 쉽지 않아 연구자들은 고생스럽다. 그러나 세 마리의 자유로운 유영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 올 한해 사람들의 가슴은 벅찼다.
제돌이와 친구들 덕분에 한국의 동물복지 수준은 올라갔다. 인간이 불법포획해 돌고래쇼장에서 쇼를 시킨 돌고래에게 올해 3월 대법원이 대신해 사과했다. ‘몰수형 판결’이었다. 한국갤럽이 7월29일부터 8월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2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돌이의 귀환’에 대해 찬성 의견이 52%로 반대 의견 35%보다 높았다.
지난 10월 와자(WAZA·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에 가서 제돌이 이야기를 소개하고 돌아온 서울대공원 측이 전하는 해외 반응도 그렇다. “세계에서 모인 동물원장들은 불법포획된 동물을 쇼에 이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당연히 방류하고 복원 사업을 해야 한다는 반응이었다”고 서울대공원 측은 설명했다. 제돌이·춘삼이·삼팔이와 함께 몰수형 판결을 받은 태산이와 복순이는 여전히 서울대공원 돌고래생태설명회가 열리는 내실에 있다. 두 마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적응훈련에 나서기가 아직 힘들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정부가 책임지고 태산이와 복순이도 방류하라”며 꾸준한 관심을 요구했다.
제돌이 방류는 궁극적으로 혼획(그물에 걸림) 또는 좌초(해안가에 떠밀려 옴)되는 많은 해양동물을 보호하자는 관심으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보호대상해양생물의 보존계획’(가칭) 고시를 준비중이다. 보호대상해양생물에는 남방큰돌고래와 바다사자 같은 해양포유류, 푸른바다거북·붉은바다거북 등의 파충류, 나팔고둥·대추귀고둥 등 무척추동물, 해조류 등 해양생물 52종이 해당된다. 해양수산부가 의뢰한 ‘보호대상해양생물 보존의 보호와 관리’ 연구용역 내용을 보면 2014~2018년 5년 단위로 해양생태계 보전관리 기본계획 수립이 계획돼 있다.
고시에는 해양생물이 혼획되거나 좌초될 경우 이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 및 서식지 외 보존기관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 구조·치료기관 6곳(서울대공원, 여수 아쿠아플라넷, 제주 아쿠아플라넷, 제주 마린파크, 울산광역시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부산 아쿠아리움)과 서식지 보존기관 8곳(서울 63씨월드,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부천 네오엔비즈, 서울대공원,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여수 아쿠아플라넷, 제주 아쿠아플라넷,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구조한 야생동물 치료비·관리비와 혼획으로 손상된 어구를 복구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주기로 결정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 담당자는 “내년부터 해양동물 구조·치료기관 9곳에서 쓸 예산 2억원을 책정했다. 소액이지만 동물 구조와 치료 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정책연구본부 육근형 박사의 말이다. “육상동물에 비해 해양동물에 대한 보호·보존 노력은 늦게 시작해요. 외국의 경우도 그런 편이지요.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육상동물에 대한 신고 포상금 정책은 있지만 해양생물과 관련해서는 아직 미비합니다.” 영리 목적의 수족관이나 동물원이 구조기관으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 그마저도 남해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 등 해양생물 구조와 치료에 대한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동물 관련 연구도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계간 <문화과학> 겨울호(76호)는 국내 계간지로는 처음으로 동물해방을, 나아가서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것을 건의했다.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할 때, 동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한다는 세계 철학계의 고민을 반영했다. ‘인간과 동물 사이, 그 철학적 질문들과 문화실천’을 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인간이 동물을 볼 때 동물에게서 느끼는 심심함이 있다. 그 반대로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본다면 또 성찰할 지점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의 말이다.
“제돌이가 야생으로 돌아간 사례가 갖는 의미는 커요. 동물이 오락과 애완의 대상이었다가 권리의 대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예요. 한국 사회에서 동물권리 운동의 역사가 아직은 미흡한데, 제돌이 이야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제돌이 이후 또다른 동물에 대한 슬픈 소식은 이어졌다. 경기도 고양 테마동물원 쥬쥬의 바다사자 학대 동영상 공개, 같은 동물원에서 일어난 한밤중 물개의 탈출, 경남 거제에서 돌고래쇼 공연을 준비중인 거제씨월드에 대한 동물단체의 고발 등 전시동물과 쇼동물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11월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사육사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호랑이에게 책임을 지우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동물원이라는 감옥에 갇힌 동물의 스트레스와 이런 동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동물원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제돌이와 함께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진보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LIST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rukawa